화단 망가뜨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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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덕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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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아름답게 잘 가꾼 화단을 본적이 있습니까? 좀 이상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화단을 망가뜨리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불을 지르면 금방 망가지겠죠. 또 물에 잠기도록 계속 물을 부어도 망가질 것입니다. 아니면 돌을 무더기로 갖다 쌓아도 망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고생하지 않고 쉽게 그러면서도 완전히 망가뜨릴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시겠습니까? 그냥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가꾸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얼마 되지 않아 그 아름답던 화단은 보기 흉한 화단으로 바뀌게 되고, 오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해지며 완전히 망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어떻게 하면 친구와의 우정을 망칠 수 있을까요? 돌아다니며 그 친구를 헐뜯고 또 만나면 못하게 굴고 그러면 우정이 상하겠죠. 그러나 그렇게 고생 안해도 쉽게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마치 친구가 아닌 것처럼 그냥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무관심하게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여러분 내버려두는 것은 가장 완전하게 그것을 망치는 방법입니다. 우리의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써 집에 들어가서 소리지르고 신경질 내고 싸우지 않아도 가정에 관심을 갖지 않고 가족들에게 무관심해지면, 어느새 가정은 다 깨어져 버리고 가정의 멋을 잃게 됩니다.

학교도 마찬가집니다. 돌아다니며 학교 망신을 안 시켜도 일부러 학교 나와서 기물을 부수고 말썽을 안 피워도 그냥 학교를 내버려두고 관심을 갖지 않고 학교를 인정하지 않으면 학교를 완전히 망칠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지 않은 학교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 이완용 같이 매국노 짓을 안 해도 이완용보다 더 완전하게 이 나라를 망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됩니다. 나라의 빚이 어찌됐든 관심없이 나는 내가 번대로 사치하고 방탕하게 지내며 사회에 부조리가 있어도 관심없이 그냥 거기 휩싸여 나 먹고 살 것만 챙긴다면 우리는 우리나라를 지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 잊지 마십시다. 가장 쉽게 가장 완전하게 망치는 방법은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화단도 그렇고 우리의 우정도, 가정도, 학교도 그리고 국가도 다 마찬가지 입니다. 어떻습니까? 우리의 가정과 학교 그리고 친구간의 우정과 특히 국가와 사회를 무관심하게 내버려두어 망치는게 아니라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쏟으며 더 좋고 아름답게 가꿔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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