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가장 확실한 소개장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뛰어난 랍비 중 하나로 꼽히는 아키바에게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들도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었습니다. 아키바가 늙어서 죽게 되었을 때 아들이 아키바에게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아버지 친구들에게 제가 얼마나 학식이 뛰어난지 말씀해주세요.” 그러자 아키바는 마지막 힘을 모아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내가 너를 소개할 필요는 없다. 너에 대한 평판이 제일 좋은 소개장이다.”

물론 훌륭한 사람의 소개장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력한 소개장은 사람들의 평판입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 한 친구가 학우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교수님이 아니라 너희들이다.” 그 친구의 말은 이런 뜻이었습니다. 자기가 아무리 교수님의 추천서를 잘 받아도 자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고 있는 친구들의 평판은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도 유명인사의 추천을 받아 좋은 자리를 얻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좋지 않은 평판이 전해져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평판은 한 두 사건으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꾸준한 삶의 모습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것은 꾸며서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인품이 좋아져야 합니다. 꾸민 모습으로 받는 평판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인품에서 나오는 본래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정말 좋은 평판을 얻으려면 인품이 좋아져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평판은 한 두 사람의 말로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의 말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권력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권력자만 존중하지 평범한 사람은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학생은 교수만 존중하고 학우들은 무시하기 쉽습니다. 과장은 부장이나 사장만 존중하고 부하직원들은 무시하기 쉽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좋은 평판을 얻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평판은 소수의 강자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다수의 약자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면 사람들의 평판이 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좋은 평판을 얻으려면 좋은 인품을 갖춰야 하고 무시당하기 쉬운 다수의 사람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신앙훈련과 인성훈련을 통해 좋은 인품을 갖추고 말없는 다수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가운데 좋은 평판을 얻어 세상에 큰 덕을 끼칠 수 있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