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사랑은 성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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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김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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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중학생 시절에 큰 즐거움 중 하나가 교회에서 탁구를 치는 것이었습니다. 교회에서는 토요일과 주일 오후에만 탁구를 칠 수 있게 해줬는데 대부분 고등부 선배들이 탁구대를 점령했습니다. 중등부 학생들은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고등부 학생들이 자리를 내주면 조금씩 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부 선배들이 풀빵 내기 탁구를 치고는 다들 풀빵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모처럼 자리가 생겨서 중등부 학생들끼리 신나게 탁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탁구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됩니까? 그날 저는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화가 나서 탁구라켓을 벽에다가 몇 번 쳤습니다. 그랬더니 라켓의 옆면이 좀 상했습니다. 저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일 고등부 선배 한 분이 중등부 학생들을 집합시켰습니다. 다들 겁을 먹고 집합했는데 그 선배가 옆면이 상한 라켓을 들고 와서는 누가 이랬느냐고 묻는 겁니다. 제가 손상을 입힌 라켓이 바로 그 선배의 라켓이었습니다. 당시에 탁구 라켓은 학생에게 큰 재산이었는데 라켓에 흠을 냈으니 선배가 얼마나 화가 났겠습니까?

“이제는 죽었구나” 하면서도 어쩔 수 없어서 좀 머뭇거리다가 제가 그랬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당장 혼쭐을 내려고 했던 그 선배가 저를 보고는 “오, 니가 그랬냐?” 그러면서 별로 화를 내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씩 웃으면서 전체 중학생들에게 다들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저는 왜 그 선배가 그날 그렇게 화를 내려다 말았는지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이유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제 아버님이 남모르게 많은 사람을 도와주셨습니다. 저희도 그것을 몰랐다가 아버님 소천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가 제 아버님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입니다. 그 선배는 제 아버님께 감사하며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들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사랑은 화를 내지 않습니다. 화는 미움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미워하지 않고 사랑한다면 어떻게 화를 내겠습니까?

여기서 좀 유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사랑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이웃을 미워하고 해치는 화를 내지 않는 것입니다. 이웃의 유익을 위해서 화내는 게 필요할 때는 화를 냅니다. 그렇다면 이웃을 해치는 화와 이웃의 유익을 위한 화가 어떻게 다를까요?

첫째, 이웃의 유익을 위한 화는 이웃이 잘못을 깨달으면 화내지 않습니다. 잘못을 깨닫고 마음 아파하며 고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화내는 게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이때는 오히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잘못을 깨달은 사람에게는 화를 내지 않고 위로해줍니다. 하지만 잘못을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는 잘못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화를 냅니다. 사람은 화를 내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이웃을 해치는 화는 내 기분대로 화를 냅니다. 이웃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기에 상처를 주게 됩니다.

둘째, 화를 내는 방법이 다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화를 낼 때는 상대방을 비하하지 않습니다. 사람에게 화를 내기보다 그런 일이 일어난 사실에 화를 내고 안타까워하며 고쳐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이웃이 잘되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웃을 해치는 화는 이웃을 비하하고 상처를 주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진정한 사랑으로 이웃에게 화를 내지 않고 잘못을 고쳐줌으로써 화목과 정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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