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너희가 이 맛을 알아?

작성자 정보

컨텐츠 정보

본문



오래되어 색이 누렇게 변해버린
책 한 권을 빼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시와 풋풋한 삶의 향기가 있는 에세이집입니다.
살포시 책표지를 넘기니 낯익은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초록빛처럼 항상 푸르르고
이 가을의 코스코스처럼 항상 아름다우며
그 의미처럼 우주를 품으렴.
사랑한다!
그리고...생일 축하한다”

10년을 훌쩍 넘겨온 세월이었지만
부드러운 음성과 그윽한 시선은 여전합니다.
그 책은 내용을 온통 베껴 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귀한 글들의 모음이었습니다.
책장이 혹시 구겨질까봐 조심조심 책장을 넘겼습니다.
하루도 빼지 않고 날마다 그 책을 만져보며
혹시 내가 빠트리고 읽은 것은 없는 지
끊임없이 뒤적거렸습니다.
책표지 접혀진 안 쪽에
“난 널 사랑해”라는 말은 혹시 또 없는 지
보고 또 보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인지 모르게
그 횟수가 줄어들더니
어느 새 까맣게 잊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컴컴한 거실을 들어서는 데
전화기가 들썩들썩거리며 울려대고 있었습니다.
2박 3일 집을 비운 터라
그 동안 계속 저렇게 울어댔는지도 몰라서
신발을 채 벗지 못하고 수화기를 집어 들었습니다.
오랜 세월
까마득히
잊고 살았던
친구의 목소리였습니다.

나는 그 친구와 즐거웠던 시간들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 친구가 해 년마다
꼭 그 날에 주었던 선물들이
지금도 그대로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눈만 들면 바라보이는 곳에
친구의 모습과 향기가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받았던 선물들을
다 꺼내놓고 만지작거리다 보니
새벽이 되었습니다.
피곤에 지쳐 잠만 자고 싶었는데
시간이 흐르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친구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우리 둘 사이를
지그시 바라보시던 주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너무 의지하지 않도록
주님께서는 늘 우리 사이에 서 계셨습니다.
우리가
너무 춥다고
너무 슬프다고
서로를 부둥켜 안으면
주님께서는 금방 서 계실 자리를 빼앗기고
저 만큼 뒤로 밀려 나 계신 적도 많았습니다.

주님은 그 친구보다
더 애끓는 심정으로
손수 쓰신 책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책 속에는 접혀진 부분이 없어서
“난 너를 사랑한다”라는 말을 찾기 위해
애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펼치기만 하면
사랑의 언어가 쪽마다 그득그득합니다.
그 언어들은 몇 천년을 지나오면서도
종이에 납작하게 박혀있는 활자가 아니라
숨을 쉬며 툭툭 튀어나오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그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생명은 내 생명이 됩니다.
그래서 하루도 빼지 않고 그 책을 펼친다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됩니다.
그 책이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사람에게
주님은 신호를 보내십니다.
캄캄한 거실에서 울려대는 전화벨처럼 말입니다.

과학기술이 만들어 낸 쾌락이나 재미에 젖기보다는
지극히 원시적이지만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선물을 만지작거리며
하룻밤을 지새워 보십시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랑의 메시지 발견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 사랑의 언어로
하루하루 양식을 삼아 보십시오.
오늘도...
내일도...


■ 내가 너를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기고 너를 사랑하였은즉.....
(이사야 43:4)





218.54.8.150오덕호: 아름다운 글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님을 친근히 하지 못하여 친근감의 표현이 우리 마음에 얼마나 많이 와 닿을지 아쉬움이 있군요. 글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10/31-14:28]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841 / 61 Page
번호
제목
이름

성경공부


최근글


새댓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