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사람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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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가책도 없이 도둑질을 하고
가장 소중한 것만 취해서 달아나는 도둑의 이름을 아십니까?

나는 건강체질인데 요즈음은 몸이 예전과 같질 않습니다.
다리가 쑤셔서 잠을 설친 다음 날은
여지없이 눈이나 비가 옵니다.
눈과 책과의 거리가 멀수록 선명하고
밀감을 많이 먹은 다음 날 양치를 하려고 하면
치아가 시큰거리기도 합니다.
운전대를 잡은 손은 마치 구겨놓은 휴지처럼 쭈글쭈글합니다.
화장을 하려고 거울을 보거나
깔깔거리며 찍어놓은 사진을 보면
왠 낯선 여인이 나 대신 거기 있습니다.
눈 밑에 주름을 감추려고 애써서 변장을 해도
한 번 웃으면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 형상입니다.

주변의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하나 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을 보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죽음이
내 삶의 끝자락에 서성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암으로 죽어가는 주인공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마저 아름다운데
초췌하고 퀭한 모습의 말기 암 환자가 얼마나 보기에 민망한 지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무엇을 향하여 숨이 차게 뛰어왔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지,
나는 누구인지
생각할수록 허망할 때가 있습니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을 보며
내가 죽은 다음에 저 책들은 누구의 것이 될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창문 넘어 보이는 나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을텐데........
급류에 속수무책 흘러가는 것은 단지 사람일 뿐이라
어느 순간
차라리 인간이길 포기하고도 싶어집니다.
사춘기에 답을 얻기 갈망했던 존재에 대한 질문이
사춘기의 자녀를 둔 지금에
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인생의 위기는 사춘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년에도 있음을 실감합니다.

■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전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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