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원 수련회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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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겨울 통영 육아원 어린이 수련회를 마치고

수련회와 이어서 명절 설날이 있다.
시간을 정하면서 일단은 교회의 일과 겹치지 말아야 하기에 고심스러웠다. 전임사역자가 자꾸 교회 밖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청소년은 최용남전도사님이, 어린이는 강명욱전도사님이 프로그램을 직접짜고, 진행도 맡았다. 금년엔 그야말로 뒷전에서 도우미의 자세로 지켜본 것이다.

장소문제가 무엇보다 먼저 결정되어야 했다. 그래야 그 장소에 따른 프로그램과 일정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은 광주가 너무 멀었다. 눈이 많이 왔을 때 아이들의 움직임도 걱정이 되어, 찾아보다가 광양중앙교회에서 허락을 받았다.
새롭게 지은 건물과 많은 부대시설을 가지고 있는 광양중앙교회에서 수련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다.

도우미 신청을 받았는데, 광주양림교회에서 19명이 신청을 하였다. 한 교회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참석하면, 다른 곳에서 몇몇 사람이 소외 받을 수 있기에 염려했는데, 당일에는 11명만이 참석하였다. 참석자는 전도사2명, 장로님, 권사님, 청년, 그리고 학생들이었다.

도우미는 20명쯤 되었다. 다들 무릎으로 어린이를 섬기겠다는 자세로 임했다.


출발하려던 시간에 갑작스럽게 교회에서 일이 생겨, 밤에야 수련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분명 20명으로 알았던 아이들은 28명이나 되었다. 알고보니, 통영육아원 어린이 20명과 광양중앙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어린이 8명이 함께 참석하였던 것이다. 광양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 어린이들도 다들 결손가정의 아동들이었다. 그들의 특징은 일단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이 남달랐다. 욕 잘하고, 잘 삐지고, 잘 까불고, 부정적인 언어가 많고, 자기 마음대로 무엇이든 하려든다.

광양교회 공부방아이들도 대표적인 예였다. 교회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언어가 마음이 아프다. "야! 까불지마""야! 넌 이곳에 올 자격도 없어. 알어!""넌 가만히 있어!"

아무튼 이틀이 가기전에 통영아이들과 공부방아이들은 서로를 공감하였는지, 잘도 놀았다. 늘 못하게만 하던 곳에서 지내던 그들에게도 자유스럽게 놀고 까불고, 뛰어다녔다.

첫날 선생님과 만나고,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 장로님의 설교, 그리고 기도회,, 그리고 영상편지로 아이들과의 벽이 허물어지고, 사랑으로 채워졌다.

늦은 밤, 한 아이가 피부에 가려움을 호소하여 응급실을 찾았다. 아이의 이름과 나이만 알뿐, 아이의 신상을 알 길이 없어, 주사한번 맞고, 연고하나 받았는데 8만원이 넘게나왔다.

꼭 껴안고, 기도하였다. 사실 아토피 피부염이라 병원에 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사랑을 받고싶어하는 아이에게 거절하는 것이 마음 아파서, 병원에 간 것이다.

많은 눈으로 빙판길을 오가며, 내 품안에 안겨있는 아이의 눈을 보면서, 속으로 많이 울었다. 나도 똑같은 사람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둘째날 아침
도우미 기도회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이 피곤할텐데도 참석하여 함께 기도하였다.
아이들이 일어나고, 식사와 조별 모임으로 이틀째는 아이들이 서로 가까워져서, 선생님과 놀이를 하고... 모임장소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전은 광양제철소를 다녀왔다. 그리고 오후엔 눈썰매장으로 향했다. 하늘이 열린 듯 많은 눈이 퍼 부었지만, 우리는 모두가 아이가 되어 사랑을 쌓아갔다.
썰매를 들어 꼭대기까지 올려주면, 서로가 함께 내려가자고 한다. 한동안 썰매장이 뜸하자 우리는 10명 이상이 함께 손을 맞잡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눈을 헤치고 눈썰매를 탔으니 등에 땀도 맺힌다. 아이들과 바로 목욕탕으로 갔다. 얼마동안이나 밀렸는지..
때가 계속 밀린다.

깨끗하게 차려입은 아이들을 데리고 교회로 돌아오는 길.
내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질문한다. "전도사님은 아들 없어요?"
워낙 순간적으로 당한 질문이었지만, "응! 너희가 내 아들들이쟎아" 대답하였다.

부모 없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시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그들을 계속 사랑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복받쳐 올라 또 눈시울을 적신다.

저녁엔 인형극이 우릴 기다렸다. 재미있는 인형극을 하실 분들은 많은 눈으로 빙판이 되어버린 위험한 길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찾아와 주셨다.
다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들이었다.

인형극이 끝나고 애써 준비한 간식은 피자였다. 한 조각씩 먹고, 몇 조각이 남게되자 아이들의 먹는 속도가 갑자가 빨라진다. 한 개 남은 조각.. 공부방아이들 두명의 손이 거의 동시에 내려왔다. 약간의 차이로 한 아이가 조각을 집더니, 그 조각에 침을 뱉었다.

사랑에 굶주린 공부방 아이들..
어쩌면 육아원 아이들보다 더 사랑에 목말라있었다.
그들을 이번 수련회에 보내주신 하나님의 뜻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 사랑을 실천하면 변화되어 나갈 그 아이들을 바라다보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음을 느낀다.

셋째날 밤새 내린 눈으로 오전 프로그램이 거의 취소되었다. 교회의 버스기사 분들이 운행을 못하겠다고 하신다. 결국 오전 예배와 준비된 선물을 나누어주고, 우리는 12/15인승 승합차에 체인을 끼우고 아이들을 승차시켰다.

이제까지 참아왔던 눈물들이 쏟아져 내렸다. 아이들은 가방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싫어서, 우리선생님들은 보내는 것이 아쉽고, 더 사랑을 나누지 못한 점에 못내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운전하고, 통영으로 향한후 남아있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랑에 빚진 우리에게 이런 사랑을 알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승합차에서 한동안 울던 아이들이 갑자기 질문을 한다. "전도사님! 늦게 들어가요."
"좀더 있다가 들어가지요?"

아이들은 육아원 시설에 들어가기가 싫은가 봅니다.

수련회가 마치고, 여러번 아이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특별한 내용도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전화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기쁜지, 자주 전화한다.

예수님의 사랑안에 변화되지 않은 영혼이 있을까?
예수님의 사랑을 필요치 않는 영혼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거져받은 예수님의 사랑, 이제는 거져 나눠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오실때까지...


211.63.181.88오덕호: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역이 필요없는 세상이 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동안은 이런 사역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02/01-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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