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을 떠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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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2002. 3. 5. 호남신학대학교에서 이임인사로 드린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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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좀 아시는 분은 제가 굳이 이런 시간에 와서 인사를 드릴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사실 그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 것은 여러분 중에 일부라도 제가 학교를 떠나는 데 대해 서운하게 생각하시거나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그것을 완화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학교를 떠나게 되면서 이런 성경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신명기 32:11입니다.

“마치 독수리가 그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그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

독수리 새끼가 날아야 할 때가 되어도 날려고 하지 않으면 독수리는 새끼를 날게 하기 위해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그래서 둥지에서 뛰어내릴 수밖에 없게 합니다. 그것은 해를 끼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새끼가 자기 몫을 감당케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일 새끼가 제대로 날지 못하면 독수리가 날개로 받아줍니다. 그리고 다시 날도록 도와줍니다. 잘 날 수 있을 때까지.

하나님께서는 가끔 우리의 보금자리를 흩으십니다. 그것은 누구를 해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단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고 또한 우리 모두에게 유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날아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렇게 둥지에서 뛰어내린다고 해도 어떻게 제 힘으로 날겠습니까? 하나님이 날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셔서 인도하신다면 하나님께서 날게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제가 세상의 직장을 떠나 신학을 시작할 때도 그랬고, 서울을 떠나 광주로 올 때도 그랬고,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도 그랬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인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하나님의 섭리는 앞으로 여러분에게도 비슷하게 임하실 것입니다. 졸업하실 때나 교회를 옮겨야 하실 때.

저는 학교를 떠나며 이것이 여러분에게 드리는 마지막 강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과 말로는 많이 강의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제 평가만 남았습니다. 이번 학기에 한 강좌 강의하지만 그것도 별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이제 현장에서 교회를 섬기는 것이야말로 진짜 새로운 강좌입니다. 아무쪼록 하나님의 은혜로 이 마지막 강의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랍니다.

그 동안 부족한 사람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신 총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학생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일이 있으시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부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좋은 신학교를 이루어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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