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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사람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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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녀석을 데리고 치과에 갔습니다.
그 녀석은 3년째 교정기를 끼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녀석은 돈 덩어리입니다.
"나중에 돈 벌어서 다 갚아라"고 했더니
"내 딸한테 다 갚을게....."하며 히죽거렸습니다.
자식 농사는 품앗이라더니.
하긴 나도 부모님께 해 드린 것이 없습니다.

나의 지갑을 열면
그 녀석이 유치원 때 방긋 웃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화가 날 때마다 그 사진을 내밀며
"요 이쁜 놈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꺼나"하곤 합니다.
백일 때 입었던 깜찍한 옷을 내다 놓으며
"이 옷 주인 좀 찾아주라"고 억지도 부립니다.

녀석이 7살 땐가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기도원에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애들이 눈에 어른거려 하루만에 집에 돌아오고야 말았습니다.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애들의 첫 마디는
"엄마! 배고파"였습니다.
식탁을 보니 남편이 어설프게 해서 담아놓은 차디찬 밥그릇에는 수저만 쿡 찔려 있고,
중국집에서 시켜다 놓은 자장면은 팅팅 불어
곱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너무 좋다라고 실눈을 뜨며 말하던 그 녀석이
서울로 대학을 간 뒤로는 무슨 일이 그리도 바쁜 지
연락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앞뒤도 없이
"엄마, 돈 보내"입니다.
그래, 이놈아! 엄마는 필요없고 돈만 있으면 된다 이거지?

품 안에 있을 때 부리는 재롱으로 일생동안 할 효도를 다 했으니
더 이상의 것을 바라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엄마가 없이도 거뜬히 살아가는 아들을 보니
아이가 큰 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나 봅니다.

◀ 야곱 집이여 이스라엘 집의 남은 모든 자여 나를 들을지어다. 배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안겼고 태에서 남으로부터 내게 품기운 너희여 너희가 노년에 이르기까지 내가 그리하겠고 백발이 되기까지 내가 너희를 품을 것이라 내가 지었은즉 안을 것이요 구하여 내리라
(사 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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