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성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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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되지 않던 시절에
각 가정에서는 성냥이 필수품이었습니다.
이사나 개업을 축하하러 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많은 성냥들이 들려져 있기도 했습니다.

이 성냥갑을 통해서 가게나 다방들이 광고를 하기도 했지요.
수집이 취미인 사람들은 가지각색의 성냥갑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라이터가 성냥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가끔 들르는 커피숖의 테이블 위에
작고 귀여운 성냥갑이 놓여있는 것을 볼 때면 정겹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적에 보면
부엌의 부뚜막 위에
항상 큼직한 팔각 성냥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성냥통이
새 것일 때는 성냥이 잘 빠지질 않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절반 쯤 쓰고 나면
헐렁헐렁하게 되고
반듯하게 서 있는 녀석들은 거의 없이
비스듬히 누워있는가 하면
조금만 기울여도 와르르 쏟아지게 됩니다.

어느 날인가 몇 개 쓰지 않은 새 성냥통이
제 발에 채여 엎어져 버렸습니다.
성냥통 속에 머리를 맞추고 나란히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방바닥에 쏟아놓고 보니
왜 그리도 거세고 산만해 보이던지요.
허겁지겁 성냥을 쓸어 담아
성냥통을 채우려는데
이게 왠 일입니까?
쏟아진 성냥 절반도 안 들어갔는데
성냥통은 꽉 차버린 것입니다.
다시 쏟아서
제법 차곡차곡 넣는다고 잘 넣었지만
결국 성냥통에서 쏟아진 성냥을
모두 다 집어 넣을 수는 없었습니다.

속이 꽉 찬 사람들은
빽빽한 새 성냥통에서 성냥을 빼는 것처럼
말 한마디 빼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속이 덜 찬 사람들은
그 마음 속의 말들이 작은 흔들림에도 자빠지고 쏟아집니다.
또한 험악한 상황에서 대책없이 쏟아진 말들은
뻣뻣하기가 마른 장작과 같고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주워 담으려해도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성냥통 속의 성냥처럼
당신의 마음 속에는
언어들이 있습니다.
빽빽하게 또는 헐렁하게도 말입니다.
그러나
불을 지피기 위한 선한 목적 외에는
섣불리 빼서 치지 마십시오.
선한 목적의 불은 세상을 따뜻하고 밝게 하지만
생각없이 일어나는 뜨거운 불의 결과는
아름다운 모든 색깔이 다 뒤섞어진
시커먼 색깔의 재일 뿐입니다.

또한
마음 속에 되도록 많은 언어들을 채우고
그것들에게 질서를 지키도록 하십시오
그것들이 서로서로 견제함으로
쉽사리 쏟아지지 않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그 말이 한 순간
동시에 힘을 발휘할 때
개업 집에 성냥을 사 가지고 가는 그 의미처럼
그 불길은 크고 강하게 일어날 것이며
오래도록 탈 것입니다.

◀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 몸도 굴레 씌우리라. (야고보서 3:2)




218.54.8.150오덕호: 참신한 비유군요. 그래서 쉽게 마음데 닿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성냥개비의 관리와 마음 속 언어의 관리를 연결시키는 교훈(?)이 조금 비약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11/1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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