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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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덕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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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규, '수사학: 독서와 작문의 이론' (서울: 신구문화사, 1998)

이 책은 필자가 이 칼럼을 통해 추천하기에 조금 불편한 책이다. 그 이유는, 우선 이 책은 글을 잘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추천하는 것인데 이 책을 읽었다는 필자가 별로 글을 잘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이 칼럼을 읽는 분들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기대할 터인데 이 책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어문학과 관련된 전문서적인데 그 분야에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 될 염려도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경험을 통해 소개하는 것도 나름대로 유익하리라고 생각되어 감히 이 책을 추천한다. 필자는 신학생이나 목회자에게 이 책(혹은 이와 유사한 책)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은 별로 없다고 믿을 만큼 이 책이 중요한 책이라고 확신한다.

필자는 신약성서 해석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신약성서를 이해하는 데 헬라 수사학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수사학에 대해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던 중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이 헬라 수사학을 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지는 알았지만 그래도 필자가 기대하는 내용이 제법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막상 사서 살펴보니까 필자가 기대하던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약 3년 정도 책장에 보관한 채 읽지 않고 지냈다. 새로운 강의 준비와 대학종합평가 준비, 그리고 오랫동안 바랐던 책을 쓰는 일 등으로 바쁘게 한 3년을 지낸 후 모처럼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진작 읽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이 책을 책장에 보관해둔 채 여러 가지 글들을 썼는데 만일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그 글들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글을 읽는 것이 마치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디오에는 소리를 재생하여 확대하는 플레이어와 앰프 부분이 있고 그 소리가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스피커가 있다. 이 중에 어느 하나라도 나쁘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플레이어와 앰프를 가지고 있어도 스피커가 나쁘면 안 된다. 거꾸로 아무리 스피커가 좋아도 플레이어와 앰프가 나쁘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이 두 가지가 다 좋아야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전하고자 하는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그 내용이 잘 읽히도록 전달되어야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처칠(Winston Churchill)은 학생시절에 과히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수한 학생들이 헬라어나 라틴어 같은 고전어를 배울 때 그는 자기 나라 국어인 영어를 더 공부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어를 더 많이 공부하는 중에 그는 영어에 능통하게 되어 결국 위대한 연설가와 저술가가 되었다. 그는 1953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저술과 연설의 명수였다. 그가 유능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자기 모국어에 능통하여 말과 글로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었던 데 있다.

목회자의 필수적인 사역 중 하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설득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런 사역을 하지만 그 중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은 말과 글로 하는 것이다. 목회자는 말도 많이 해야 하지만 글도 많이 써야 한다. 교육전도사만 되어도 학생들이 만드는 회지에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혹은 주보를 작성하면서 광고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글을 써야 한다. 설교도 글로 쓴다. 사실 설교는 말로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글쓰는 것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글쓰는 것과 무관하지는 않다. 더욱이 나중에 설교를 모아 책으로 내게 되면 그것은 전적으로 글쓰는 사역이다.

목회자가 이렇게 글을 통해 많은 사역을 하는데 그 글을 읽는 사람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읽기 불편해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는가! 그것은 마치 설교를 하는데 스피커가 고장나서 설교 내용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와 같다. 교회의 음향 장치가 고장나면 예배드리기 전에 고치지 않을 목회자가 어디 있겠는가? 목요일에 목이 쉬면 주일이 되기 전에 목이 나으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목회자가 어디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의 글이 읽기 어려운 글이라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읽기 좋은 글을 쓰는 능력을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글을 읽을 만하게 쓰는 것은 목회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학생들(신학도이든 음악학도이든)도 얼마나 글쓸 일이 많은가? 대학생들의 과제물이나 시험 답안을 평가하는 교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말이 안 되는 글이 너무 많다고 한다. 읽을 수 없는 글을 써서는 평가를 받겠다고 제출하는 학생이 많은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학생이기 때문에라도 우리의 필독서 중 하나는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일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목회를 할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철저히 훈련받고 익혀서 글로 복음을 전해야 할 때 알아들을 만한 글로, 더 나아가 설득력 있는 글로 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학생과 목회자는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하므로 책을 바르게 읽는 능력도 필요하다. 책을 오해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 안 된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회자와 신학생은 글을 바르게 읽는 것도 익혀야 한다. 글을 바르게 읽고 이해하며 자기 생각을 글로 바르고 설득력 있게 전하는 것은 목회자에게 필수적인 전문기술이다. 이것은 많은 지식을 쌓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 대학의 학생들과 한국의 목회자들이 이 전문기술을 충분히 갖춘 사역자들이 되기를 바라며 그런 훈련에 유용한 책으로 오늘 이대규 교수가 쓴 『수사학』을 권한다.

한국 어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필자가 이 책을 학문적으로 소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이 다음과 같은 점에서 학생들과 목회자들에게 유익을 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난해하지 않고 명쾌한 글을 쓰도록 가르쳐줄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연습을 통해 실제적인 훈련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설득력 있게 쓰는 방법도 가르쳐주며 훈련시켜준다. 그리고 글을 읽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우리 대학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훈련시킨다면 학업에 큰 정진이 있을 것이다. 특히 신학생들은 나중에 목회자로 사역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책 하나로 완성되는 훈련은 없다. 이 책을 읽는다고 평소에 문학적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보다 갑자기 더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단, 이 책을 읽고 훈련받는다면 읽기 전에 비해 눈에 띌만한 정진을 맛볼 것임에는 틀림없다.

목회자가 말이나 글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설득시키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먼저 하나님의 역사를 힘입어야 하고, 그 삶이 존경받을 만한 것이어야 하고, 가르치는 내용이 바르고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그 다음에 그 내용이 효력 있게 전달되어야 한다. 앞의 부분들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다. 전력 공급선이 끊어졌거나 음반이 없거나 앰프가 고장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잘 준비되었다면 좋은 스피커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과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귀한 말씀을 읽기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유익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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