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할 이유

작성자 정보

  • 이인덕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도 배가 고프지 않다.
그래도 끼니를 거르면 안 되겠기에
아침에 해 놓은 식은 밥을 퍼서 된장국 두 국자를 말았다.
식탁에 밥그릇을 던져놓고
몇 가지 반찬을 주섬주섬 챙기다 그냥 그만 두어 버렸다.
“밥값도 제대로 못하는 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꼭꼭 식사를 챙기는 내가 악착스럽게 느껴져 정이 떨어졌다.
그냥 그대로 밀쳐두고 책상 앞에 앉았다.
멍청하게 성경을 펼쳤다. 그래도 무늬는 전도사다.
한 장도 못 읽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왜 기발한 생각들은 성경만 읽으려고 하면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사단의 방해공작이다.
자이로드롭이 추락하는 것처럼 추락한다.
시편 61편을 큰 소리로 읽었다.

전화가 울린다. 안 받으려 했는데 아는 번호다.
발신자 표시. 누가 발명했는지....
설마 성경 읽다 사단의 방해공작으로 발명한 것은 아니겠지.
Y권사다. 좋은 친구다.
가는 길이 다르다보니 말투가 영 어정쩡하다.
만나면 야자를 하다가 누가 들을까 존대어를 썼다가 난리가 아니다.
평신도의 길에서 벗어나고 보니
얻게 된 것도 있지만 잃어버린 것들도 참 많다.
내일 이사예배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다.
핍박자였던 남편 전도하여 교회의 귀한 일군으로 세워 놓고
하나님만 붙들고 늘어지더니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넓고 좋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나보다.
그래 세상은 이래야 해.
착하고 신앙생활 잘 하는 사람들이 잘 살아야 해.
못된 짓거리 골라서 하는 놈들이 승승장구하면 누가 예수 믿어.
있던 교인도 달아나지.
내가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와 똑같이 기쁘고 잠도 안 오겠지.
내가 신학교를 안 다니고 돈을 벌었다면 얼마를 벌었을까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한 발을 드민다.
아직도 세상의 물이 덜 빠졌나 싶어 허겁지겁 발을 뺀다.
다른 사람은 힘든데 나만 행복한 것 같아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애써서 감정을 숨기려 한다.
누려도 괜찮을 자신의 작은 행복보다는
다른 이의 어려움이 마음에 걸리는 신앙.
하나님이 기뻐하실 귀한 신앙이다.
옛날 이야기를 꺼낸다. 정말로 나는 까마득히 잊어버린 일들이다.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극히 조그만 것이라도 다 기억하되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기도가 궁색할 때 이해인 수녀에게 빌린 기도문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전화를 끊고서 생각했다.
“그래,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 한 것만은 아니야......그러니 밥 먹자”
이미 퍼질대로 퍼져서 팅팅 불은 밥을 아구아구 퍼 넣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무심코 뿌려놓은 씨앗의 열매를 보여주시며
오늘도 내일도 기운 차리고 살아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하셨다.

친구야 고맙다. 그리구 사랑한다.

■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년 동안에 너로 광야의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아니 지키는지 알려하심이라 (신 8:3)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9 / 5 Page
번호
제목
이름

성경공부


최근글


새댓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