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와 빨간 사과(서평)

작성자 정보

  • 이인덕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i00e9.jpg

   저자 레베가 피펏은 미국의 기독교 상담 분야의 저명한 여성 강사이다. 그녀의 전공이 상담학임에도 책의 내용은 융이나 프로이드가 아닌 루터의 십자가 신학에 의존한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빨간 사과에 관해서, 2부는 토마토 되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번역자가 이해한 빨간 사과란 가식적인 신앙인이며, 토마토란 신앙과 행동이 거의 일치하는 진실한 신앙인을 일컫는 말이다.

   1부에서 저자는 빨간 사과를 대표하는 인물로 까뮈의 소설 "전락"의 주인공 클레망스를 내세운다. 클레망스는 존경받는 파리의 유능한 변호사이자 매사에 반듯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날 한 젊은 여자가 쎄느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그녀를 구출하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자신의 무관심과 게으름이 양심을 찌르기 시작한다. 저자는 가식적인 크리스찬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거나 도덕과 윤리가 함량미달인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껍질 밑을 들춰보기를 두려워하여 끊임없이 자기로부터 도망쳐 숨어사는 사람과 마치 자신에게는 아무런 흠이 없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사는 우리 모두를 지적한다. 우리로 하여금 진실한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심리적인 방어망을 치게 한 것이 바로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죄의 노예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런 상태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러한 인간의 상황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음에도 그것을 바꿀 힘이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 인간의 비참함이다. 사람이면 동일하게 소망하는 인간의 행복은 우리의 죄로 인한 비참함과 죄의 노예 상태인 불행한 모습이라는 입구를 통과해야만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역설이다. 그런데 이 역설은 바로 십자가의 역설에서 근거한다.

   2부의 토마토 되기에서는 신앙인이 사회 안에서 갖추어야 할 어떠한 행동강령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역설의 십자가를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 앞에 인도할 뿐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사랑과 심판이 충돌하는 곳이며 그럼에도 사랑이 심판을 능가하는 곳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빅톨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차용한다. 범죄한 쟝발장에 대해 정의, 즉 심판을 가하려는 자베르 경관과 자비를 베푸려는 몽세뉴 비엥브뉘의 주교와의 팽팽한 대립은 결코 만날 수 없는 긴장이다. 인간으로서는 만나게 할 수 없는 극과 극의 두 긴장을 오직 하나님께서 실현하신 곳이 십자가다. 죄와 하나님은 공존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은 죄의 노예이다. 죄는 반드시 심판 받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를 바라보시며 너무도 기뻐서 노래를 흥얼거리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죽음이라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못내 가슴아프셨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가없이 죄를 용서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가 용납하지 않는다. 고심(?) 끝에 생각해 내신 해결책이 바로 하나님 자신이 벌을 받는거나 다름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과 인간에 대한 용서 즉 하나님의 사랑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자가의 비참한 그리스도를 바라볼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역설이다. 이 역설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 진다. 행복하고 싶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소망이다.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자신의 죄를 향해 "No"라고 외치며, 하나님을 향해서는 "Yes!"라고 외치는 바로 이 일 뿐임을 저자는 거듭 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소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십자가가 지독한 패러독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번역된 이 책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토마토와 빨간 사과"라는 책의 제목이 본래의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모든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그 무게를 가볍게 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내가 제목만을 보고 느슨한 자세로 편안하게 읽으려 하다가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칠만큼 무게가 실려 있었다. 저자는 빨간 사과에서 토마토가 되라고 율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겉과 속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에 고민하고 그 괴리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하여 날마다 십자가 앞으로 달려나갈 것을 부드럽게 강요할 뿐이다.

   막연한 답답함 속에 갇혀있는 사람보다는 최선의 것을 찾으려고 고뇌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싸매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의 마음 안에서는 토마토처럼 탱탱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상큼한 사과 한 입을 베어 문 것 같은 싱그러움이 가득할 것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179 / 5 Page
번호
제목
이름

성경공부


최근글


새댓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