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순 참기름의 비애

요즘 왠만한 학교에 가보면 건물 한편에 나란히 세워둔 자전거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세워둔 자전거들에는 누구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자전거들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중에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것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마는 그러한 경우는 매우 드문 현상이고 대부분 이중 삼중으로 열쇠를 채워 놓습니다. 이유는 열쇠를 채워 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훔쳐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방지하려는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오래전에 고등학생으로 기억되는 우리나라 학생이 스웨덴에 유학을 갔습니다. 그 학생은 다니는 학교가 숙소에서 가까왔는지 자전거로 통학을 했고, 그 학교에 다니는 다른 많은 학생들도 그와같이 자전거로 통학을 하곤 했습니다. 이 점에서는 우리 나라 학생들의 통학 모습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그 학교 학생들은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아무도 자전거를 잠그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직 우리나라에서 유학 간 학생만이 언제나 자전거를 잠글 뿐이었습니다. 아마 그 학생은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잠그는 그 학생의 행위가 학교에 알려지게 되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그 학생은 학교를 떠나게 되고 만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를 믿지 못하는 학생과는 같이 공부못하겠다는 게 그 학교 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던 것입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우리 사회는 참으로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런 간판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짜 순 참 기름."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참 기름'이라는 이름에 이미 '진짜'라는 의미가 있는데, 그것만으론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까봐 '진짜 순' 이라는 이중 강조를 덧붙인 것입니다. 얼마나 믿지 못하는 사회면 그러겠습니까? 참으로 우리 사회는 너무 못미더운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도 좀 서로 믿을 만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믿을 만한 사람, 믿을 만한 사회가 되겠습니까? 오늘은 믿을만 한 사람, 믿을만 한 사회가 되기 위한 한가지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신문은 반이 거짓말이야"라고 하면 신문사에서 당장 덤벼들겠지만, 그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기사는 그만 두고라도, 신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를 봅시다. 여러분은 신문에 실린 광고들이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신문에 실린 약 광고를 보면 의사가 필요없는 것 같고, 책 광고를 보면 부자 못된 사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게 신기하고, 또 무슨 학습 보충서나 어학 자료 광고를 보면 우리들 중에 공부 못하는 사람이 있는게 오히려 이상하며, 또 우리들 중에 아직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있어야 되는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세상에 그게 다 거짓말 아니면 뭐겠습니까? 또 정치계의 비리들을 파헤친 글들을 보면, 보도하는 언론이나 그것을 해명하는 연루 당사자들의 말들이 거짓말 투성이니..........

어떻게 좀 흰 것은 희다하고 검은 것은 검다고 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가 하는 말이 정직하고 진실된 것이며, 우리가 듣는 말도 사실 그대로일 수는 없을까요? 믿을 만한 사람, 믿을 만한 사회가 되지 못하면 개인이나 사회 모두의 장래나 희망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믿을 만한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거짓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시기 바랍니다. 장사에서도 신용이 최고의 밑천이라고 하듯이, 여러분이 서로에게 믿을만한 사람이 될 때, 여러분 개인에게도 크게 득이 될 것이고 또 우리가 서로에게 신실할 때, 우리 사회도 조금씩 믿을만하며 살기 좋은 사회로 변모해 갈 것입니다. 옆 사람을 의심하며 자전거에 힘들여 열쇠를 채우지 않고도 걱정하지 않는 사회, 꼭 '진짜 순 참기름'이 아니라, '참기름'이라고만 해도 믿고 살 수 있는 사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