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의 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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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덕호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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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의 잘못된 꿈 중에 두 번째 것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은 질러가는 꿈입니다. 이것도 윷놀이에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는 윷놀이를 할 때 말이 빙빙 돌지 않고 꺾이는 곳에서 제대로 꺾여 빨리 가기를 원합니다. 윷놀이에서야 그게 좋은 일이겠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법과 질서를 어겨가며 자기만 빨리 질러가려고 한다면 심각한 잘못입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급한 일로 길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가던 길에 어느 밭에 이르렀는데 가만히 보니까 길을 따라 가려면 빙 둘러서 멀리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밭을 질러가면 금방 갈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둘러보니 아무도 없고 또 바쁘고 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곡식을 손으로 밀어가며 밭을 가로 질러갔습니다. 그후 또 다른 사람이 왔는데 역시 그 밭을 돌아가려고 하니 멉니다. 그런데 밭을 잘 보니까 밭 가운데로 누가 밟고 지나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라, 이왕 누가 지나간 길인데 나라고 다리 아프게 돌아갈 게 뭐 있어?" 하고는 지나갔습니다. 덕분에 밭에는 사람 지나간 자국이 제대로 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떤 사람이 소를 끌고 왔는데 돌아가려고 하다가 보니까 밭에 사람 다닌 길이 있습니다. "에라, 사람들이 다녔으면 소는 못 끌고 가?" 그러면서 지나갔습니다. 곡식들은 이제 많이 짓밟혔고 휑하니 길이 뚫렸습니다. 그 다음에 거기 온 사람들은 물론 모두 다 그 밭을 질러 다녔습니다. 그 후에 선비 하나가 그 길로 와서 밭을 질러가려고 하니 아무리 봐도 그것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밭이었습니다. 그래서 갈 길이 바쁘지만 밭으로 지나가지 않고 길을 따라 빙 돌아갔습니다. 그 뒤에 온 사람이 그 선비가 밭으로 가지 않고 길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저런 바보 같은 놈, 밭에 사람이 다니고 소까지 다녔는데 그냥 밭으로 가지, 뭐 때문에 돌아가?" 하고 비웃었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비극입니다. 당연히 질서를 지키고 도덕을 지키고 법을 지켜야 할 텐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어기고 자기 편리나 자기 이익만 위해 마구 질러가려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사회를 부패공화국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 조사도 있습니다.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공해를 내뿜고, 불량식품을 만들고, 공사장은 무너지고, 이런 모습들이 왜 나타나겠습니까? 다 자기만 질러가려고 지켜야 할 규범과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나만 빨리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겠습니까? 적어도 한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인생을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법과 질서를 지키고, 윤리와 도덕을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우리의 사회와 국가를 파괴시키지 않고 정당한 삶을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원칙을 저버리고 질러만 가면 좋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운전자가 다 법규를 어기면 더 빨리 가는 게 아니라, 길이 막혀 옴짝달싹도 못하게 됩니다. 우리가 법과 질서를 어기면 우리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우리는 질러만 가려고 하지 말고 법과 질서를 지키는 가운데 우리도 사람답게 살고 또 우리 사회도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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